I, Robot (2004)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세계관에 루즈하게 원작을 둔 알렉스 프로야스의 영화.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연작중 바이센테니얼 맨도 제작된바가 있죠. 로봇이란 소재는 사실 너무나 오래되고 고전적인 주제가 되어서 더 건드릴데가 없을 지경입니다. 그래서 그걸 직접 영상화한 바이센테니얼 맨은 실패작이었습니다.(실패작이란 말 이외에 더 말할 가치조차없죠.) 그런데 이 영화, 아이 로봇은 약간 미묘합니다. 아주 잘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실패한 영화도 못만든 영화도 아니거든요.

스토리는 보신 분이 많을테니 그냥 넘어가죠. 하지만 단순히 줄거리만 두고 보았을 때 거의 헛점이 없습니다. 진부하다는 것만 제외하곤요. 수잔 캘빈이 주로 주인공을 한 아시모프의 단편에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로봇공학의 3원칙을 확징시키는 방안이 장편에 나옵니다. 바로 0원칙이 그것이죠. 1원칙이 '로봇은 인간을 해쳐서는 안되며 인간이 다치도록 방관해서도 안된다.'라는 원칙에서 인간 대신 인류를 집어넣습니다. 그리고 '0원칙에 위배되지 않는한'이란 단서가 1원칙에 붙게되겠죠.
그래서 아시모프 팬이라면 이 영화가 어떻게 끝날 것인지 뻔히 알 수 있었습니다. 뭐 솔직히 팬이 아니더라도 뻔한 거긴 했지만요. 영화 속에서 래닝 박사가 주인공에게 빵부스러기를 던져주듯이 영화 자체도 관객들에게 빵부스러기를 던져줍니다. 감시시스템, 일어날때 뻐근해보이는 주인공의 왼팔 등등이요.
그래서 이 영화의 평점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영화는 액션SF이라는 장르니까요. 결국 싸우고 돌파해서 골인지점에 힘겹게 터치다운하는 것이 목적인 영화인겁니다.

그리고 오랜 PC게임 매니아라면 비키(VIKI)의 모습을 어디서 많이 봤다고 생각했을지 모르겠군요.

이게 비키가 자기 자신을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초대형 양전자두뇌 인공지능이죠.

이건 걸작 게임 System Shock 1, 2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Shodan입니다. 위 그림은 일러스트라서 게임에선 조금 다르게 보이지만요. 비슷하게 느껴지지 않습니까. 물론 쇼단 쪽은 인류의 보호고 나발이고 나노그램만큼도 신경 안쓰는 잔혹한 인공지능이지만요. 뭐 '전혀 안비슷해!'라고 말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뭏튼 게임을 해본 분들이라면 비키를 보고 모두 쇼단을 떠올렸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마도 결말을 예측하기가 더 쉬웠을지도 모르겠구요. 알렉스 프로야스(혹은 그의 특수효과팀중에 누군가가) 게임을 해본걸까요? 사실 유명한 게임은 아니거든요. 제 게임역사 약25년중에 최고의 게임 베스트5에 들어가는 게임이지만요.(베스트 5중에 시스템쇼크1과 2가 모두 각자 들어갑니다.:) 뭐 게임 이야긴 여기서 그만두고..

그래도 이 영화에는 무언가가 어긋나 있습니다. 너무 가볍지도 않고 너무 무겁지도 않은 분위기는 이런 류의 영화에서는 목표로하는 바이기도 하겠지만 무언가 빠져있어요. 러브스토리요? 수잔 캘빈과 스푸너의? 네,그것일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그보다 약간 원초적인 문제입니다. 수잔 캘빈이란 캐릭터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거의 광신에 가까운 로봇에 대한 애정의 근원은 어디에도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녀가 이른바 로봇심리학자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공감'이란 능력이 애시당초 있었던게 아닐까하고 생각해볼 수 있지만 결국 로봇들에게 총을 갈겨대는 그녀를 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거든요. 그리고 자기 자신은 논리적이며 스푸너는 비논리적이라고 박박 우겨대지만 전혀 논리적이지도 않습니다. 이른바 멍청이근육-똑똑한박사의 조합에서 똑똑한근육-멍청한박사,라는 요상한 조합이 되버린겁니다.
그래도 영화 전체적으로 볼 때 그다지 티가 안나는 이유는 역시 스푸너라는 캐릭터겠죠. 아시모프도 로봇에 대해 대단히 회의적인 주인공을 내세운 적이 있습니다. 회의적이다, 라는 것은 흔히 비관적이다, 매사를 나쁘게 본다라고 생각하는 바보들이 세상엔 많습니다만 정반대로 세상은 회의적인 사고방식이야말로 긍정적인 사고방식이다라고 적어도 저는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 경우에도 잘 보여주고 있죠. 물론 스푸너의 회의적 사고방식은 비논리적입니다. 하지만 비논리적인 긍정과 비논리적인 회의 , 두가지가 만났을 때 비논리적 회의는 언제나 논리적인 긍정으로의 길을 열어두고 있지만 비논리적인 긍정은 맹신과 광신으로 가기 마련이죠.
그래서 전 윌스미스라는 배우를 그닥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캐릭터, 스푸너 형사는 좋아합니다.피어싱은 영 안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요.:)

어쨌거나 고만고만한 스토리를 고만고만하게 감독해내는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 인기 감독반열에 오른 것은 아니지만 다크 시티와 크로우를 만들어냈다는 것만 가지고 이 감독은 적어도 중간이상은 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끔 요즘 뭘 만들고 있나하고 찾아보기도 하구요. 요즘은 니콜라스 케이지(속칭 케서방?)의 Knowing이란 영화를 다 찍고 포스트 프로덕션 단계라고 하더군요. 니콜라스 케이지는 별로 안좋아하지만 그래도 알렉스 프로야스이기 때문에 조금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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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erycrow | 2008/10/03 13:32 | Movies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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